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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반도체 공정 엔지니어 일과 (야간근무)

by 고레컨 2022. 8.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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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도체 공정 엔지니어의 하루 일과에 대해 제 야간근무 경험담을 토대로 얘기해보겠습니다.

 

1. 출근

  출근시간은 오후 10시 입니다. 서울에서 사느라 회사 버스 타는 곳까지 가려면 지하철을 타고 30분은 가야 하니 적어도 저녁 먹고 6시 반 정도에는 출발을 해야 합니다. 회사 근처에서 살고 싶으나 기숙사는 너무 열악하고 주변 오피스텔을 알아보니 전세가 매매보다 비싼 물건이 많습니다.. 돈도 아낄 겸 집에서 출퇴근하는데 출근시간만 1시간 반이 넘어가니 솔직히 시간이 많이 아깝긴 합니다. 지하철역에 내려서 커피 한잔 하면서 같이 야간근무를 하시는 분들과 단체 관광버스를 타고 회사로 달려갑니다. 회사 입사 때 출근버스 안에서 공부를 하던지 책을 보던 지 무엇이라도 하려고 했지만 이제 야간근무 동안은 잠이 항상 부족해 버스만 타면 숙면을 취한 채 회사로 향합니다.

 

2. 회사

눈을 떠보니 회사도착입니다. 보통 10시 출근이나 30분은 빨리 가야 밀린 메일도 보고 업무 인수인계도 받을 수 있습니다. 도착하자마자 이슈가 있는지 전 근무자들이 분주합니다. 라인에서 헐래 벌떡 나오더니 인수인계를 시작하는데 야간근무인데도 할 일이 태산입니다.. 설비 몇 대는 다운이라 어찌어찌했는데 아직도 왜 불량인지 모르겠다며 하소연을 시작하는데 야간근무 동안 살려볼 생각을 하니 가슴이 답답합니다. 생산량이 부쩍 많아진 시기라 생산부서에서 설비가 언제 살 수 있냐고 10분마다 물어보는데 할 말이 없어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사정사정을 합니다. 이대로 생산 못 맞추면 아침에 메일 보낼 수밖에 없다고 협박 아닌 협박을 당한 후 설비를 살리기 위해 불량원인을 어떻게든 찾아낸 후 설비 엔지니어와 얘기해 봅니다. 설비는 어찌어찌 아침까지 다운되지 않도록 조치는 해 둔 거 같은데 수율 부서에서 이상한 defect 이 나왔다며 설비를 다운시켜 버립니다. 우리껀지 잘 판단이 안되는데 설비 엔지니어는 왜 다운됐냐며 어떤 거 봐야 하는지 알려달라고 말하는데 할 말이 없습니다. 이것저것 해보자고 하긴 했는데 원인을 알 수 없어 말하기도 민망합니다. 그래도 단순 조치하니 어느 정도 불량이 잡혀서 꾸역꾸역 수율 부서 허락받고 생산을 조금씩 시킵니다. 이것저것 하니 새벽 2시가 넘어가는 시간이라 늦은 야식을 먹습니다. 야식은 소화가 잘 안돼서 먹기 싫은데 안 먹으면 배고파서 일에 집중이 안됩니다. 주는 게 감사한 거라 생각하고 꾸역꾸역 억지로 입에 넣습니다. 밥 먹고 좀 쉬고 싶은데 컴퓨터를 보니 타 부서 메신저는 계속해서 오고 있습니다. 빨리 대답하고 싶지만 도저히 머리가 멍한 상태라 커피 한잔을 콜라처럼 들이켜고 심호흡을 하고 메신저를 켜봅니다. 아니나 다를까 설비 언제부터 정상 가동할 수 있냐는 메신저가 여기저기서 오고 있습니다. 개개인한테 빨리 정상가동시켜보겠다고 사정사정 한 뒤 아까 조치해둔 효과가 있는지 계속 지켜봅니다. 다행히 약발이 받아서 설비 정상가동시키고 보기 싫은 메신저를 꺼버립니다. 시간이 후딱지나 4시 정도가 되니 졸음이 밀려오고 머리가 더 멍해집니다. 다음 근무자가 5시 반에는 도착하니 인수인계를 하기 위해 지금까지 한 일들을 하나하나 정리합니다. 인수인계 작성하는데만 한 시간이 족히 걸릴 때도 있고 다음 근무자가 까탈 선배님이시라 상세히 설명을 드려야 하기에 일한 거보다 더욱 시간이 걸립니다. 선배님이 오시고 인수인계를 하는데 폭풍질문이 쏟아집니다. 만족스러운 답변을 못 드린 거 같아 송구스럽지만 어느 정도 이해해주시고 넘어가 주셔서 감사할 뿐입니다. 인수인계를 마치고 퇴근하려니 회사 버스 시간이 10분 남았습니다. 놓치면 한 시간 기다려야 하기에 대충 인사드리고 미친 듯이 버스정류장을 향해 질주합니다. 졸리고 머리도 멍한데 숨도 차니 멘털이 나간 상태로 버스에 탑승합니다.

 

3. 퇴근

퇴근버스가 6시반이라 그 시간 즈음 오피스 출근하는 사람이 와르르 회사로 쏟아집니다. 출근하는 사람들을 보니 왠지 퇴근하는 저는 기분이 좋습니다. 버스를 타고 회사를 나가려는데 주차장 주변에 출근하는 자동차들과 뒤섞여 회사 빠져나가는데만 20분이 걸립니다.. 서울 가는 차들은 왜 그리 빨리들 가시는지 상한선이 막히기 시작하고 출근시간보다 퇴근시간이 더 걸려 집에 오니 족히 두 시간은 걸린 거 같습니다. 대충 씻고 침대에 눕지만 이상하게 잠이 오지 않아 뒤척이니 10시가 훌쩍 지납니다. 너무 덥고 햇빛이 뜨거워서 중간에 눈을 뜨니 오후 두 시.. 잠을 잔 건지 안 잔 건지 잘 모를 정도로 머리가 띵합니다. 더 자야 해서 억지로 잠을 청하고 눈을 떠보니 오후 다섯 시.. 집에서 잠도 제대로 못 자고 한 것도 없는데 씻고 밥 먹고 출근 준비하고 회사 가야 합니다. 오늘 출근하면 이슈가 없기를 기도하면서 출근 준비를 하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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