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메모리 반도체는 수십 년간 1위의 자리를 고수하고 있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재직했던 사람으로서 느끼는 점에 대해 주관적인 생각을 얘기해 보겠습니다.
1. 기술
메모리 반도체 기술은 1980~2000년 까지 일본이 우세하여 시장을 이끌어 왔었습니다. 한국은 일본을 따라가고 있는 후발주자였으나 메모리 반도체가 고 집적화에 다가갈수록 집적화 기술의 어려움에 봉착하게 되었고 두나라는 다른 선택을 하게 되는데 일본은 양질의 반도체, 한국은 대량생산을 추구함으로써 기업경영의 방향이 달라지게 됩니다. 일본은 장인정신에 대단히 집착하는 나라인데 제 생각으론 역사적으로 한국을 비롯해 뛰어는 서구문물을 받아들이면서 커간 민족이라 자신들만의 장인정신에 대한 자격지심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로 인해 100년 전통 식당 이라던지 모든 업종에 장인정신을 추앙하는 문화가 있으며 반도체에서도 양질의 기술에 대한 집착이 있어 이를 버리지 못하고 고집적화에 따른 난관을 기술 향상으로만 극복하려고 합니다. 그러나 한국은 양질의 반도체가 아니더라도 일단 대량 생산해서 그중에 양질의 반도체를 골라내면 된다는 방식으로 생산하게 되고 결국 한국의 생산방식이 2000년대부터 세계 1위를 고수하게 되는 이유가 됩니다.
2. 한국인
메모리 반도체는 호황 사이클이 있어 생산량 변동이 크고 이에 따라 유기적으로 경영방침을 바꾸며 대응해야 합니다. 호황일때는 생산량을 늘리고 (실제로 계획에 없던 fab을 늘리기도 합니다..) 불황일 때는 생산량 감축, 원가절감 등 호황, 불황일 때의 경영방침이 크게 다른데 이렇게 대응 가능한 이유는 직원들의 노동력을 갈아 넣어야 되기 때문입니다. 제 생각에는 한국인의 기질( 무조건 단기 성과를 빨리 내야한다는..일에 대한 사명감..)이 어느 정도 메모리 산업에 적합하게 작용했다고도 생각합니다. 실제로 회사의 경영방침은 한해에도 여러 번 바뀌고 생산량은 시도 때도 없이 바뀌며 새로운 제품 개발 텀도 굉장히 빠르며 모든 절차가 숨 가쁘게 진행됩니다. 제품 출하가 일주일만 느려 저도 엄청난 하자가 발생한 것 같이 (물론 일주일 생산량이면 어마어마한 물량입니다..) 긴급회의 및 재발방지를 위한 보고서 등 일이 쏟아지는 case 가 다반사입니다. 이런 일에 대응하는 일이 사람이 해야 하는 일인데 다른 나라에서 소화하기 쉽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앞으로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어떻게 흘러갈지 모르겠지만 지금도 한국 메모리에 위협을 가할 수 있는 나라는 없어 보입니다.
3. 한계
반도체 시장은 비메모리 시장이 주도하고 있는데 한국은 메모리만 1등이라는 점이 대한민국 반도체의 현실이자 한계입니다. 비메모리 투자는 십년 넘게 계속되고 있고 중요성도 알고 있지만 쉽게 점유율을 높이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이유는 메모리 반도체가 한국에서의 생산방식에 적합한거와 달리 비메모리는 적합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비메모리는 대량생산보다는 양질의 반도체를 생산하는 게 중요한데 (실제로 웨이퍼 한 매당 가격도 많은 차이가 납니다..) 대량생산 방식에 큰 이득을 본 나머지 이를 버리지 못하고 비메모리 생산방식에도 동일한 방식으로 경영을 하기 때문입니다. 이는 회사 입장에서는 바뀌기 쉽지 않아 보이고 비메모리 반도체의 미래가 불투명해 보이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좀 더 시간을 갖고 눈앞에 성과를 위한 주먹구구식 일처리가 아닌 기초부터 다듬는 기간을 가지는 게 현명하다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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